초록색에 대하여

bd764bb25d49a05105060185774ba14cd2c846f7 scaled 영상제작, 영상제작업체, 홍보영상제작, 광고영상제작, 브랜드필름, 브랜드콘텐츠, 기업홍보영상, 홍보영상제작업체, 기업홍보영상제작, 영상업체, 영상제작, 영상프로덕션, 영상촬영업체, 영상콘텐츠제작, 제품촬영, 브랜드영상제작, 기업영상제작, 영상편집,3D영상제작

초록색에 대하여 | 🖊️  : 조민형

초록색은 눈이 편하다. 초록색을 바라보면 정신이 맑아지고, 총명해지는 느낌이다.
초록색은 가도 된다는 뜻이며, 살아있음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가끔은 안전을 표현하는가 하면, 반대로 안전하지 않음을 표하기도 한다.
지독하게 질척이는 도시의 여름 날씨에도 생을 느낄 수 있는건 초록색 덕분일지도 모르는 것이고,
예고없이 찾아오는 낯선 타지의 향수도 초록색이 주는 환상일지 모른다.

녹음(綠陰)을 상상해보자. 불규칙적으로 높게 솟은 나무와, 아이가 제 부모 따라가듯 주위를 빙빙 돌며 자라나는 가지와 잎들.
그런 잎 사이 틈을 비집고 어둑한 그늘을 만들어내는 햇빛. 습기 가득한 바람에 곧잘 흔들리는 잔디밭. 자연스레 차분해지는 마음.
평화로움을 넘어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의 풍경은, 대부분이 초록색이다.

우리가 자연의 초록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들, 그 공유된 무언가가 이끄는 동일한 행동은 실로 신비롭다. 사진기는 초록을 향한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초록 앞에 자세를 잡으며, 초록과 하나되기 위해 그것과 접촉한다. 그것도 모자라, 자연의 초록을 간직하기 위해 집 안에 식물을 들인다.
언제부턴가 그것 혹은 자연의 색상을 모방한 ‘어스’톤의 색감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독립 영화 또는 이미지를 활용하는 작품들에는 어디서 시작된지 모를 노스텔지어를 표현하기 위해 초록색의 필터가 씌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초록색이 전달해주는 일련의 감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 앞에 서게 되는 이유, 소유하고 싶어하는 이유, 그것 앞에서 향수가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있을까? (눈이 편안한 초록 가시광선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기로 하자…)

개개인이 한 대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지난하고 복잡하며 또 다층적이기 때문에,
인류의 기억상으로 처음 이족보행을 시작한 때부터 혹은 그 전부터 인지된 자연의 초록을 선호하는 감정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의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파헤치다보면 결국 알 수 없음으로 귀결되는 것처럼,
이 또한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하거나,
자연스럽게 학습된 결과로 대상의 앞에만 서면 가슴이 두근대는,
그러한 신체적 변화로만 느껴지는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앞선 예시와는 다르게 자연의 초록은 개인적 영역을 뛰어넘어, 그 대상이 인간에게 주는 공통된 아름다움 혹은 감정이 존재한다.
그러니 우리는 그 정의내릴 수 없는 공통된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해당 색상을 사용하고, 어딘가 아련하게 밀려오는 감정을 담아내고 전달하고자 초록을 한겹 더한다.
그러니까 결국, 그 색상을 사용하는 근거가 감각에만 의존되어 그 이상으로 구체화되지 못한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런 구체화된 의도성은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 볼 수 있다.
특정 작품,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평가받기 위한 것들은 설명, 설득을 위한 구체적인 의도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왜 이러한 선택을 했는지, 다른 선택보다 이 선택이 더 나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 단 한 가지의 이유라도 누군가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한다.
‘그냥 예뻐서요’라는 말을 행하는 순간 작품의 가치도, 의도도 모두 사라지고 그저 예쁜 때깔의 사치품, 속 빈 강정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의도는 어떻게든 만들어서라도 필요한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하는 것은, 눈으로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하물며 이미지화된 어떤 작품을 만들 때에도 그 순간을 포착한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바라봤을 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의 감정을 느낀 순간과 대상이 관찰된 순간에 깃드는 초록빛과 그늘과 그림자. 그리고 셔터를 누르는 것까지.
이 모든 순간들은 찰나의 시간동안 포착되고 실행된다. 단 몇초만 지나도 사라지고 없어질 것들을 눈으로 담고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특히나 초록색은 더더욱 그렇다. 내일의 초록색은 지금의 초록색과 다를 수 있기에,
계절에 따라 (혹은 단 몇초만에) 금세 변해버리는 자연의 초록색을 순간에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생겨난다.

초록색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어떤 이름을 붙여 의도를 정의해봐도 초록색은 그저 초록색일 뿐이다. 의미를 만들어 넣어봐도 그것은 우리만의 약속일 뿐,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의도를 넘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목도하는 방식은 서로의 마음으로 전해진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 혹은 말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초록색이 담고있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